정지선의 '현대IT&E' 활용법, 순환출자 해소와 디지털 전환 한방에 [SI업체 일감몰아주기 대결]
정지선의 '현대IT&E' 활용법, 순환출자 해소와 디지털 전환 한방에 [SI업체 일감몰아주기 대결]
  • 이진휘 기자
  • 승인 2021.07.29 16: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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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환출자 해소 도중 현대그린푸드에서 현대IT&E '갑툭튀'
현대IT&E 내부거래 97%, VR 신사업 지지부진에 SI 올인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과 현대IT&E 내부거래 비중. 그래픽=이진휘 기자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과 현대IT&E 내부거래 비중. 그래픽=이진휘 기자

톱데일리 이진휘 기자 = 현대IT&E(현대아이티앤이)가 그룹 순환출자 해소하는 과정에서 갑자기 분사된 탓에 재무적 어려움을 겪었지만 내부거래를 늘리며 성장세를 노리고 있다.

현대IT&E는 소프트웨어 개발 공급을 주사업으로 하는 시스템통합(SI) 회사로 현대백화점, 현대홈쇼핑, 현대그린푸드, 현대백화점면세점, 현대리바트, 현대렌탈케어, 한섬, 현대HCN 등 그룹내 모든 계열사와 내부거래를 하고 있다.

지난해 현대IT&E 계열사 내부거래는 전체 매출 404억원 중 392억원으로 97% 비중을 차지했다. 현대백화점과의 거래가 182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전체 매출 절반을 차지했다. 현대홈쇼핑과의 거래는 98억원으로 두번째로 많았다. 

현대IT&E는 지난 2018년 현대그린푸드에서 분사 후 매년 100억원 이상 내부거래 매출이 늘어나고 있다. 지난 2018년 전체 매출 132억원 중 130억원(98.7%), 2019년 313억원 중 294억원(94.2%)이 내부거래로 올린 매출이다. 그룹 일감만 받아오다 보니 외부 거래 확장엔 한계를 보이고 있다.

그럼에도 현대IT&E 재무 상황은 악화되고 있다. 2018년 분할하면서 가지고 있던 총자본 109억원에서 결손금이 늘어나 현재 -38억원으로 완전자본잠식 전환했다. 같은 기간 총부채는 294억원에서 423억원으로 뛰었다.

대기업그룹 계열사 치고 재무 상황이 여의치 않은 것은 급작스러운 분할 때문이다. 현대IT&E는 그룹 순환출자 해소 과정에서 현대그린푸드로부터 어쩔 수 없이 떨어져 나왔다. 대표이사직엔 현대HCN에 있던 김성일 상무가 맡아 3년째 운영하고 있다. 계획된 분할이 아닌 비주력 계열분리다 보니 그룹 차원에서 제대로 손쓸 겨를이 없었다.

지난 2018년 공정거래위원회가 대기업그룹 순환출자에 칼날을 겨누자 현대백화점그룹은 급하게 3개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했고 총수일가 지배력 확보를 함께 진행했다.

먼저 정지선 회장은 현대쇼핑이 보유한 현대A&I 지분 21.3%를 사들이면서 ‘현대백화점→현대쇼핑→현대A&I→현대백화점’으로 이어지는 첫번째 순환출자 고리를 끊었다.

또 정교선 부회장은 현대쇼핑으로부터 현대그린푸드 지분 7.8%를 사들여 나머지 2개 순환출자 고리를 한 번에 해결했다. ‘현대백화점→현대쇼핑→현대그린푸드→현대백화점‘, ‘현대백화점→현대쇼핑→현대그린푸드→현대A&I→현대백화점’으로 이어지던 순환출자 고리였다.

순환출자 고리는 해소됐지만 일감몰아주기 규제가 또 다른 골칫거리로 등장했다. 현대그린푸드 내 총수일가 지분이 늘어나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에 오른 것이다. 현대그린푸드는 기존 정지선 회장(12.67%), 정몽근 명예회장(1.97%)을 포함한 총수일가 지분 29.9%에서 정교선 부회장 지분 증가로 총 37.7%까지 늘어났다. 공정거래법상 상장사는 총수일가 지분이 30%를 넘으면 사익편취 규제 대상이 된다.

현대그린푸드 내부거래 매출은 2017년 기준 2627억원으로 전체 매출 1조4775억원의 17.8%를 차지했다. 공정거래법 규제 기준상 12% 이하로 낮출 필요가 있었다. 이에 따라 SI 부문을 현대IT&E로 분사시키며 곧바로 내부거래 비중 낮췄지만 외부 거래사를 확보하지 못한 채 신규법인으로 출범했다.

이어 현대백화점그룹은 올해 말 시행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맞춰 현대IT&E 지분을 정리하는 듯 했지만 제자리로 돌아왔다. 올해 12월부터 시행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일감몰아주기 규제 범위를 비상장사 기준 총수일가 지분율을 20%로 낮추고 그 회사가 50% 이상 지분을 소유한 자회사까지 확대한다. 2018년 11월 현대IT&E는 유상증자로 하나금융투자가 운용하는 사모펀드(PEF)를 재무적투자자로부터 200억원을 받고 의결권이 있는 전환우선주(CPS)를 발행했다. 또 현대그린푸드는 남은 현대IT&E 지분 중 5%를 현대쇼핑에게 넘겨 최종적으로 지분율을 47.4%에 맞췄었다.

하지만 올해 5월 현대그린푸드는 하나금융투자가 가지고 있던 우선주 47.6%를 회수함에 따라 다시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에 포함된다. 규제 회피를 위해 현대그린푸드 총수일가 지분에 변화가 있어야 한다. 올해 1분기 기준 총수일가 지분은 38.4%로 정교선 부회장 23.8%, 정지선 회장12.7%, 정몽근 명예회장 1.9%다. 과거 정몽근 명예회장도 2013년 12월 현대그린푸드 지분 일부 매각해 총수일가 지분율을 29.92%로 낮춰 사익편취 규제 대상에서 벗어난 적이 있다.

현대백화점그룹이 현대IT&E를 키워야 하는 입장이기에 일감몰아주기 규제 회피는 더욱 필요해 보인다. 현대백화점그룹은 현대IT&E가 출범 당시부터 제시한 디지털 헬스케어, 클라우드 운영 대행서비스 등 IT 신사업을 지원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백화점그룹은 현재 디지털 전환 기로에 있다. 유통 체인 변화도 기존 오프라인 위주 사업에서 온라인으로 급물살을 타고 있다. 계열사 SI 사업 수요도 늘어나고 있어 향후 현대IT&E 내부거래 규모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지금까지 현대IT&E 신사업 추진 결과는 참담하다. VR(가상현실) 전담 사업부를 새로 만들었지만, VR스테이션 가산점 한 곳만 제한 운영하면서 2019년에는 56억원, 2020년엔 3억원 손상차손이 발생했다. 현대백화점과 현대아울렛 등에 그룹을 대표할 VR 테마파크를 조성하겠다는 포부로 시작한 사업이었다. 

정지선 회장은 지난해 신년사에서 “(현대백화점그룹)각 사의 사업 특성에 맞게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전략을 추진해 나가야 한다“며 “변화의 파도에 올라타지 않으면 침몰할 수밖에 없다는 절박한 각오를 다져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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