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밀리의서재' 증손회사 편성, IPO 앞두고 최선의 선택인가
KT '밀리의서재' 증손회사 편성, IPO 앞두고 최선의 선택인가
  • 이진휘 기자
  • 승인 2021.09.13 16:2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KT→KT시즌→지니뮤직→밀리' KT 미디어 전략 속내는?
밀리의서재 KT 증손회사 편성, 내년 IPO 지장 없을까
KT, 지주사 전환 고려 중…"향후 밀리 지분 정리 필요"
지니뮤직이 밀리의서재 지분 38.63%를 인수하고 최대주주가 됐다. 밀리의서재는 KT 증손회사로 편성된다. 그래픽=이진휘 기자
지니뮤직이 밀리의서재 지분 38.63%를 인수하고 최대주주가 됐다. 밀리의서재는 KT 증손회사로 편성된다. 그래픽=이진휘 기자

톱데일리 이진휘 기자 = ‘밀리의서재‘가 KT 계열사에 합류했지만 증손회사라는 구조적 한계에 부딪혔다. IPO를 추진 중인 밀리의서재는 KT의 집중 관리가 필요해 증손회사 배치에 대해 의문이 남는다.

KT 음원스트리밍 계열사 지니뮤직은 지난 10일 전자책 서비스 업체 밀리의서재를 464억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예정대로 진행되면 오는 30일 지니뮤직은 밀리의서재 지분 38.63%를 확보하게 된다.

얼마 전까지 KT 자회사이던 지니뮤직이 KT시즌 출범 이후 손자회사가 되면서 밀리의서재는 KT 증손회사로 편성됐다. 지난 5월 KT는 보유 중이던 지니뮤직 35.97% 지분을 KT시즌에 현물출자하는 방식으로 양도한 바 있다.

이로 인해 ‘KT→KT시즌→지니뮤직→밀리의서재‘로 이어지는 새로운 지배구조가 만들어졌다. 출혈 경쟁으로 치닫는 플랫폼 사업 특성상 인수 후 밀리의서재에 대한 KT의 전폭적 투자가 보장돼야 하지만, KT로부터 직접 적극적인 지원을 받기는 어려운 구조다.

보통 모회사와 밀접한 사업 연계성이 있지 않는 한 대기업그룹에서 증손회사를 두는 일은 흔치 않다. 올해 상반기 기준 KT가 거느린 62개 그룹사 중에서도 KT와 증손 관계에 있는 곳은 BC카드 금융보안 담당사 이니텍 하나뿐이다. KT가 BC카드 지분 69.54%, BC카드가 에이치엔씨네트워크 지분 99%, 에이치엔씨네트워크가 이니텍 지분 57%를 가지고 있다.

정부도 국내 대기업그룹 집단 내 지배구조가 증손회사까지 내려올 경우 경영 관리가 소홀해질 수 있다는 점을 들어 엄격한 조건을 부과하고 있다.

현행 공정거래법상 지주사 손자회사는 증손회사의 지분을 100% 소유해야만 한다. SK하이닉스는 SK(주) 손자회사로 M&A 진행 시 100% 지분 취득 조건 때문에, 그룹 차원에서 자회사로 올리기 위한 지배구조 개편을 검토 중이다. 또 손자회사는 증손회사 외 다른 계열사 주식은 일체 소유할 수 없다. 

이는 지주사 체제로 전환을 추진 중인 KT 전략과도 상충된다. KT는 주가 부양을 위해 사업 부문 물적분할을 통해 지주회사로 전환하는 방안을 올해 초부터 검토 중이다. 구현모 KT 대표가 앞장서 지주사 전환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KT는 지주사 그룹으로 분류되지 않아 공정거래법상 손자회사 지분 의무 보유 규정에 적용되진 않는다“며 “다만 향후 지주사로 전환할 경우 증손회사에 가지고 있는 손자회사 지분은 유예기간을 거쳐서 100%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다보니 지니뮤직이 애초에 콘텐츠 분야가 다른 밀리의서재를 인수하는 게 그룹 차원에서 최선의 선택이었는지 의문이 남는다. KT가 밀리의서재를 직접 인수하면 확실한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없는 상황에서 자금력을 동원해 리디북스를 따돌리고 국내 전자책 시장 1위 안착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신규법인 KT시즌의 그룹 B2C 영역 콘텐츠 플랫폼 관리 권한이 강화된 만큼, 향후 차세대 미디어 전략을 위해 KT시즌이 밀리의서재를 인수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다만 KT시즌은 아직 출범한 지 한달여밖에 되지 않아 사업 확장을 위한 준비나 자금 마련 측면에서 무리가 있었을 것으로 관측된다.

업계 관계자는 “KT그룹 차세대 전략에서 미디어 플랫폼이 큰 물줄기를 차지하고 있는데 KT가 KT시즌을 전면에 내세워 미디어 역량을 한 곳으로 모으고 있다“며 “손자회사로 밀려난 지니뮤직이 밀리의서재를 인수한 후 KT가 바라는 미디어 시너지 성과를 얼마만큼 낼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밀리의서재는 지난 2017년 10월 월정액 전자책 구독 서비스를 선보이고 지난 5월 기준 누적 구독자수 350만명, 보유 전자책 10만 권을 갖췄다. 또 오디오북 3000여권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미 보유한 전자책을 활용해 매월 1000여권 이상 오디오북 제작을 추진하고 있다.

지니뮤직은 밀리의서재를 통해 정체된 음원스트리밍 시장 점유 상황에서 벗어나고자 의도했을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기준 지니뮤직 음원 시장점유율은 15.1%로,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멜론(37.5%)의 절반에 못 미친다. SK텔레콤 계열사 드림어스컴퍼니가 운영하는 플로(15.9%)에게도 뒤처졌다.

멜론이 지난해 6월에 선보인 오디오 콘텐츠 서비스 '멜론스테이션'(왼쪽)과 플로 오디오 콘텐츠. 사진=각 사 제공
멜론이 지난해 6월에 선보인 오디오 콘텐츠 서비스 '멜론스테이션'(왼쪽)과 팟캐스트 시장으로 확장을 시도 중인 플로 오디오 콘텐츠. 사진=각 사 제공

특히 음원 경쟁사들이 음원 이외 오디오 콘텐츠 확장에 강한 드라이브를 거는 상황이 결정적인 인수 요인으로 꼽힌다. 멜론은 지난해 6월 선보인 자체 오디오북 서비스 ‘멜론스테이션‘은 올해 7월 누적 스트리밍 4000만회를 돌파하며 멜론만의 오리지널 콘텐츠로 자리매김했다.

드림어스컴퍼니도 오디오북 서비스 '윌라'와 오디오 라이브 플랫폼인 '스푼'과 협업하고 있다. 상반기에 인수한 ‘스튜디오돌핀‘을 통한 오리지널 오디오 콘텐츠도 개발하고 있다. 플로에 자체 오디오 콘텐츠가 탑재되면 기존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이용자 외에 팟캐스트 수요층까지 끌어 모을 수 있다.

당장 밀리의서재 상장으로 인한 지니뮤직으로의 자금 유입이 주된 목적이었을 수도 있다. 밀리의서재는 오는 2022년 기업공개(IPO)를 추진할 계획으로 상장 주관사로 미래에셋증권을 내정했다. 투자은행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밀리의서재 기업가치는 1500억원이다.

다만 증손회사라는 점은 향후 투자 확대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여기에 밀리의서재는 지난해 지급수수료로 42억원, 광고선전비로 63억원 투입했지만 매출 192억원에 영업손실 49억원을 기록해 현금 유동성도 좋지 않은 점도 IPO에 있어 감점 요인이다.

지니뮤직은 플랫폼 강자 네이버와도 직접 경쟁해야 하는 상황에 몰렸다. 지니뮤직이 밀리의서재 인수 발표한 같은날 네이버는 네이버웹툰을 통해 웹소설 플랫폼 1위 ‘문피아‘ 지분 36.08%를 1082억원에 취득했다고 밝혔다. 문피아의 평균 페이지 뷰는 1억회를 넘고 방문자 수는 40만명, 등록 작가 수는 4만7000여명에 이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인기기사
기업돋보기
단독기사
톱데일리는 독자분들의 제보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여러분께서 주신 제보와 취재요청으로 세상을 더욱 가치있게 만들겠습니다.
뉴스제보 이메일 top@top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