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마케팅: 알쓸신잡] "넌 우리 제품을 살 수 없어" 콧대 높은 '에루샤'가 될 수 있는 이유는?
[유통 마케팅: 알쓸신잡] "넌 우리 제품을 살 수 없어" 콧대 높은 '에루샤'가 될 수 있는 이유는?
  • 변정인 기자
  • 승인 2021.10.15 14: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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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 진입 장벽 높이고 VIP 관리 주력
디마케팅 등장 배경, 수익 도움 되지 않는 체리피커 영향
자본주의 상위층 편입 욕구 적중…'차이'를 두는 걸까 '차별'을 하는 걸까

 

그래픽=변정인 기자
그래픽=변정인 기자

#세계3대명품 #아무나못사요 #VIP만가능 #고객차별? #디마케팅 

톱데일리 변정인 기자 = 의도적으로 고객을 밀어내고 있음에도 명품 브랜드에 대한 인기는 꾸준하다. 인간의 욕망은 가질 수 없는 것을 더 갈구하게 만드니까.

세계 3대 명품 중 하나인 루이비통은 프랑스 본점에서 여행객이 제품을 구입하면 여권번호를 등록해 1년 내에 다시 살 수 없도록 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여기에 한정판 제품을 출시할 경우 VIP 고객만 초청해 제품을 홍보 행사를 진행한다. 에르메스와 샤넬도 마찬가지다. VIP만을 위한 혜택을 통해 일반 고객을 의도적으로 차단한다. 에르메스의 인기 상품을 구매하기 위해서는 구매 이력이 있어야 가능하며 샤넬도 VIP를 위한 행사를 진행하는 등 주요 고객 관리에 주력한다. ‘에루샤’의 VIP가 되는 기준은 알려진 바가 없으며 혜택도 비밀에 부치고 있다.

여기서 명품 브랜드가 선택한 전략은 디마케팅이다. 디마케팅은 지난 1971년 ‘마케팅의 아버지’로 불리는 기업인 필립 코틀러가 처음 사용한 개념으로 감소를 뜻하는 ‘decrease’와 마케팅의 합성어로, 기업들이 자사 상품에 대한 고객의 구매를 의도적으로 줄이는 기법으로 모든 고객이 사업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명품 브랜드들은 지출을 많이 하는 고객에게 집중해 매출을 늘리고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되는 고객의 접근을 줄이는 것이 관건으로 체리피커로 머리를 싸매던 기업의 고민 끝에 나온 결과물이다. 체리피커는 케이크 위에 달콤한 체리만 집어 먹는 행위에서 붙여진 명칭으로 기업의 주 상품이나 서비스는 구매하지 않으면서 이벤트에만 참여하는 사람을 의미한다. 기업들은 실제 수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 체리피커를 차단할 수 있는 디마케팅을 선택하게 된 것이다.

최근까지도 업계마다 체리피커로 인한 고민은 지속되고 있다. 지난해 금융업계에 따르면 카드 사용액이 줄어들고 있음에도 1인당 카드 발급 수는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은 카드사에서 제공하는 서비스 혜택을 위해 카드를 발급하지만 이후 실질적으로 사용하지 않는 체리피커의 영향으로 추측했다. 이로 인해 카드업계는 장기 휴면 카드가 증가해 골칫거리라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디마케팅은 소수 고객에 집중해 불필요하게 사용되는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여기에 더해 특정 고객과 유대관계를 지속적으로 쌓을 경우 장기적인 수익 확보가 가능하다. 명품 브랜드가 VIP 관리에 특히 신경 쓰는 이유다.

디마케팅에 명품 브랜드가 대표적인 사례로 꼽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명품은 자사 브랜드의 희소성을 극대화하는 것에 초점을 두고 이 점이 디마케팅과 잘 들어맞는다. 명품 광고도 그 부분의 일환이다. 대부분 명품 광고는 다수의 매체 노출을 추구하는 일반 광고와 달리 잡지, 영화, 드라마 등 간접 광고를 통해 노출을 제한하는 편이다. 영화나 드라마 속 모습이 현실과 거리감이 있지만 그렇기에 명품을 가지는 건 나의 가치를 한 눈에 증명해줄 수 있다. 더군다나 명품 중에서도 아무에게나 팔지 않는 제품이라면? 호텔에서 식사를 한 후 '아멕스 센츄리온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블랙카드'를 꺼낸다면 그 사람에 대해 굳이 말로 설명할 필요가 없지 않을까?

이런 명품 브랜드 전략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소비자가 상위층에 들어가고 싶어 하는 욕구를 건들인다. 소비자에게 명품 브랜드는 타인에게 자신을 표현하는 하나의 수단이 되기도 한다. 명품 광고 안에 상품의 기능보다 자사 브랜드 홍보가 주 내용으로 담기는 이유도 브랜드 자체 가치를 높이는데 초점을 맞추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누구나 명품을 내세우면 성공할 수 있는 방법도 아니다. 진정한 명품 브랜드 만이 디마케팅을 효과적으로 이용할 수 있고 이는 브랜드 자체 가치 덕분이다. 이 같은 점을 놓친 한 국내 구두 회사는 타깃층 선택에 실패하며 시장에서 혹평을 받았다. 이 회사는 명품 브랜드 이미지를 위한 '고급 구두'를 선보였지만, 타깃층으로 삼은 20대 커리어우먼 소비자는 고급 구두가 아닌 '명품 브랜드'를 원했기 때문이다. 달리 말하면 고급 구두가 성공하기 위해선 브랜드를 명품으로 인식시키는 작업이 선행됐어야 했다.

특히 자본주의 소비자들은 명품 브랜드 소비를 통해 해당 브랜드 이미지를 자신의 자아와 일치시키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제품의 질보다는 브랜드 이미지를 먼저 확립시키는 게 명품과 디마케팅 성공에 필수다.

​명품매장 고객 차별 후기. 사진=인터넷 커뮤니티 캡처​
​명품매장 고객 차별 후기. 사진=인터넷 커뮤니티 캡처​

디마케팅이 체리피커를 걸러내는 데 효과적일 수 있지만, 항상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오는 것만은 아니다. '차이'를 두어도 논란이 되는 요즘 같은 시대에 디마케팅은 기업이 직접 고객을 제한하기 때문에 '차별'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일관적인 기준이 없을 경우 더욱 논란이 커질 수 있어 이는 바로 기업의 이미지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명품 브랜드는 고객 차별에 대한 꼬리표를 달고 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종종 명품 매장에서 차별당한 후기가 올라온다. 한 게시글에서 어떤 고객은 “백화점에 명품 가방을 사러 갔지만, 직원이 쳐다보지도 않고 갔다”며 “직원한테 사람 가리면서 받느냐고 물어보려다가 우리 기분만 나빠지니 그냥 매장을 나왔다”고 설명했다. 해당 게시글 댓글에는 비슷한 경험이 있다는 의견과 오히려 너무 친절해서 부담스러웠다는 의견으로 갈리기도 했다.

고객을 차별하는 전략이라는 점에서는 비슷하지만, 명품 브랜드와 달리 좀 더 대중적인 공략법을 가진 디마케팅도 있다. 디마케팅 안에서도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느냐에 따라 우호적인 반응이 따라오기도 한다. 회사 측 이익보다 소비자의 이익을 생각하는 의도를 내비쳤을 때 기업 이미지가 상승하고 기업 매출까지 증가하는 결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프랑스 맥도날드가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 2002년 프랑스 맥도날드는 ‘어린이들은 1주일에 한 번만 맥도날드에 오세요’라는 문구를 내세웠다. 해당 광고는 햄버거 주 소비층인 어린이를 의도적으로 제한하면서 소비자와 함께 맥도날드 본사까지 놀랄 수밖에 없었다. 결과적으로 이 마케팅은 대성공을 거뒀다. 패스트푸드로 인해 어린이 비만이 증가하면서 사회적 비판이 높아지자 맥도날드가 소비자의 건강을 우선시하는 모습을 보인 것이 주효했다. 광고가 진행된 1년 간 프랑스 맥도날드는 유럽 지사 중 최고 영업실적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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