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그룹 코로나 결산] 60년 전통 농협, 변화 위한 '성장통'
[30대그룹 코로나 결산] 60년 전통 농협, 변화 위한 '성장통'
  • 이진휘 기자
  • 승인 2021.12.06 16: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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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역대 최대 실적 행진, 유통 10조 달성 재도전
유통 혁신의 해? 하나로마트 빠진 '반쪽짜리' 통합
ESG 선도 농협금융, 15조 투자로 이미지 전환까지
이성희 농협중앙회장, 취임 1년 만 '불법사찰' 고발
농협 코로나 결산. 그래픽=톱데일리
농협 코로나 결산. 그래픽=톱데일리

톱데일리 이진휘 기자 = 100년 역사를 향해 나아가는 농협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시대 변화에 맞춰 유통 혁신과 ESG 강화에도 발 빠르게 대응하려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그동안 보수적 이미지가 강했던 만큼 과거 틀을 벗어나는 과정에서 의도치 않은 성장통도 뒤따르고 있다.

■ Good: 금융 깜짝 성장, 하나로마트 든든

농협이 올해 역대급 실적을 거두고 있다. NH농협금융지주가 올해 3분기까지 전년 대비 24.9% 증가한 누적 순이익 1조8247억원을 기록했다. 은행과 비은행의 균형잡힌 성장으로 지난 2012년 금융지주 출범 이래 역대 최대 실적이다. 코로나19 영향으로 부동산 등 실물자산 가격이 급등하면서 가계대출이 늘어났고 금리 상승까지 겹쳐 이자이익이 급증한 결과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NH농협생명보험 누적 순이익은 역대 최대 1142억원이다. NH농협손해보험은 6년래 최대 규모인 876억원을 기록했다. 금융 핵심인 NH농협은행도 누적 순이익 1조237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9% 늘었지만, 올해 은행권 전반적 호실적 흐름 속 KB금융, 신한금융, 하나금융에 이은 국내 4대 금융그룹 자리를 우리금융에 넘겨준 점은 아쉬웠다는 평가다.

유통 부문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10조원 매출 달성에 도전한다. 지난해 농축협마트 부문 매출은 11조3000억원으로 사상 첫 10조원을 돌파했다. 농협하나로유통과 지역 농축협 자체 운영점 포함 전국 2100여개 하나로마트가 거둔 실적이다. 이는 대형 유통업체들과도 어깨를 나란히 하는 수준이다. 지난해 역대 최대 21조원 매출을 돌파한 이마트를 제외하면 홈플러스(6조9662억원), 롯데마트(6조390억원) 매출을 크게 넘어섰다.

서울 서대문 농협중앙회 본사 사옥 전경. 사진=농협중앙회
서울 서대문 농협중앙회 본사 사옥 전경. 사진=농협중앙회

■ Bad: 반쪽짜리 유통 통합의 씁쓸한 뒷맛

이성희 농협중앙회장은 올해를 농협 유통혁신 실천의 해로 삼고 농축산물 온라인 유통 경쟁력을 강화하는데 속도를 냈지만 절반의 성과에 그쳤다. 농협중앙회가 추진한 대대적인 유통 자회사 통합 작업에서 당초 통합 핵심사였던 하나로유통이 제외됐기 때문이다. 

농협중앙회는 최근까지 농협경제지주 아래 농협하나로유통, 농협유통, 농협충북유통, 농협대전유통, 농협부산경남유통 5개 유통 자회사를 독립법인 형태로 운영해왔다. 개별적 사업을 운영하다보니 원가 경쟁력, 물류, 마케팅, 조직 업무 등 각종 과정에서 중복과 비효율 문제가 발생한다는 한계점이 있었다. 구매와 판매도 분리돼 구매권은 지주가, 판매권은 유통회사가 갖는 기형적 구조도 문제시 됐다.

농협은 5개 계열사 전면통합을 추진했지만 하나로유통 노조에서 반발하자 이를 제외한 4곳만 통합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또 통합 작업 중 4개 회사가 하나로유통의 판매하청업체로 전락할 수 있다는 내부 반발에 부딪히며 진행하는데 애를 먹었다. 결국 농협중앙회가 밀어붙여 지난달 4개사 통합법인 출범을 이뤘지만 실효성에 대한 의문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농협 통합 작업이 ‘반쪽짜리‘ 통합으로 마무리돼 시너지 효과가 없다는 지적을 받았다.

유통 계열사 통합은 농협 유통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오랜 숙원사업이었다. 농협은 최원병 회장 시절인 지난 2009년부터 유통 계열사를 1개사로 통합하는 방안을 검토해 왔다. 조직 통합 이후 중복인력 재배치 문제와 통일되지 않은 근로조건 사항 등에 부딪혀 매번 실패해왔으나, 이번에도 절반만 성공해 하나로유통 통합은 또 다시 풀지 못한 매듭으로 남았다.

지난 8월 농협유통4사 노동조합연대가 농협 4개 유통 자회사 통합안을 중단하라는 취지의 기자회견을 진행한 후 삭발식을 진행했다. 사진=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
지난 8월 농협유통4사 노동조합연대가 농협 4개 유통 자회사 통합을 중단하라는 취지의 기자회견을 진행한 후 삭발식을 진행했다. 사진=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

■ New: 농협의 변신은 무죄, ESG로 이미지 전환 

농협은 그간 공적 성격이 강했던 만큼 국내 금융사 중 가장 보수적이란 평가 속 수익성보다 안정성 우선 기조를 유지해왔다. 그런 농협이 ESG를 강화하며 기업 이미지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 농협금융은 ESG 선도 금융그룹으로 도약할 준비를 끝냈다. 오는 2025년까지 ESG 정책에 15조원을 투자할 계획으로 올해에만 2조원 이상 집행했다. 

농협금융지주는 올해 초 ESG 경영을 본격화하며 이에 맞춰 기업 조직 구성에 변화도 줬다. ESG 경영 인프라 구축을 위해 지난 3월 이사회 내 ESG 전문위원회인 ‘사회가치 및 녹색금융위원회’와 CEO 직속 ‘ESG전략협의회’를 신설하고 ‘ESG 전담팀’을 ‘ESG추진단’으로 격상했다. 사외이사 후보군에 ESG분야를 추가해 신임 사외이사로 신재생에너지 전문가 이미경 환경재단 대표를 선임하기도 했다.

적극적인 ESG 관련 국제협약 등 대외적인 활동도 나섰다. 농협금융은 지난 5월 글로벌 ESG 스탠다드 확립을 위해 유엔환경계획과 세계 주요 금융기관이 결성한 파트너십 ‘UNEP FI(유엔환경계획 금융 이니셔티브)‘에 가입했다. 파리기후협약과 UN지속가능개발목표 달성을 위한 활동에 참여가 목표다. 지난 10월에는 글로벌 기업들이 속한 ‘기후변화관련 재무정보공개 테스크포스’에도 가입했다.

이와 함께 ESG 채권 발행에도 힘을 쏟고 있다. 지난 7월까지 1조9970억원 자금을 조성했다. NH농협은행이 1조3200억원, 농협금융지주 3670억원, NH손해보험 1000억원, NH투자증권 1100억원, NH농협캐피탈 1000억원 등이다. 농협의 강점을 살려 농어촌, 소상공인을 특화한 ESG 상품 라인업도 확대하고 있다. 농협은행에선 기업의 ESG 경영을 유도하는 ‘NH농식품 그린성장론’과 ‘NH친환경기업우대론’ 등 상품을 출시했다.

지난 10월 제2차 '농협금융 사회가치 및 녹색금융 협의회'에서 손병환 농협금융 회장이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NH농협금융
지난 10월 제2차 '농협금융 사회가치 및 녹색금융 협의회'에서 손병환 농협금융 회장이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NH농협금융

■ Concerned: 이성희 농협중앙회장 취임 1년 만에 내부잡음

이성희 농협중앙회장이 사주를 통해 각 지방 도시를 불법사찰했다는 의혹이 퍼지며 취임 1년 만에 CEO 리스크를 야기하고 있다. 농협중앙회가 소속 직원뿐 아니라 농축협 조합장, 지방자치단체장, 국회의원 등에 대한 동향을 파악해 매일 보고하게 하는 등 위법적 사찰을 했다는 의혹이다.

농협중앙회는 그동안 전국 지역본부 인사담당에게 매일 오전 11시까지 해당 소관 농축협 조합장, 지자체장, 주요 국회의원 동향을 보고하도록 공문을 발송한 것으로 파악됐다. 긴급한 내용은 유선을 통한 우선 보고를 지시했다. 농협중앙회는 정보공유 차원에서 동향을 파악해 추후 정책에 반영하기 위함이었다는 입장이지만, 지역본부나 계열사 직원 등에 대한 인사정보 보고 지시는 개인정보보호법 등 관련법에서 금하고 있는 내용으로 논란의 불씨는 꺼지지 않고 있다.  

이 일로 이성희 회장 포함 농협중앙회와 지역본부 간부 등은 지난 3월 전국협동조합노조로부터 불법 사찰 혐의로 검찰에 고발 당했다. 노조는 불법 사찰 행위에 대한 진상규명과 이성희 회장에 대한 퇴진 요구에 나서기도 했다. 올해 유통 재편과 ESG 강화를 통한 그룹 혁신에 나선 이 회장이 취임 1년 만에 내부잡음에 휩싸여 남은 임기 기간 동안 부정적 여파를 털어낼지 여부가 관건이다.

지난해 취임한 이성희 농협중앙회장. 사진=농협중앙회
지난해 취임한 이성희 농협중앙회장. 사진=농협중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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