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인이 생각하는 농가의 식탁!
도시인이 생각하는 농가의 식탁!
  • 이효상 기자
  • 승인 2013.04.06 22:4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농가의 식탁’은 추억과 어우러진 향수일 것이다.
아웃소싱타임스 이효상 편집국장


 서울생활을 시작한지도 어느덧 30년 가까이 되었다. 서울생활 30년이면 이제는 도시인이라 해도 괜찮지 않을까? 하지만 스스로는 아직 ‘도시인’이란 정체성이 낯설게 느껴진다. 그 이유는 시골서 자란 ‘촌놈’ 유전자가 그대로 남아 있기 때문인 것 같다.

이런 촌놈 근성은 일상의 식생활에서도 여전히 그대로다. 식사의 개념은 배부르면 되는 것이고, 반찬의 좋고 나쁨은 별로 개의치를 않는다. 다만, 밥은 충분하게 많아야 하고, 식사는 포만감을 느껴야 제대로 했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반촌반도인(半村半都人)이 생각할 수 있는 ‘농가의 식탁’은 추억과 어우러진 향수일 것이다.

요즘 같은 봄이면 농촌엔 냉이, 다래, 쑥이 지천이다. 자연스럽게 밥상에 오르는 반찬도 계절을 고스란히 담은 냉이 된장국, 다래간장, 쑥국에 김장김치가 제격이었다. 가끔은 김장김치로 끓인 시원한 김칫국이 곁 드려지기도 한 밥상이 햇볕 따뜻한 마루에 놓이면 온가족이 논이며 밭에서 일하다 돌아와 푸짐한 밥 한 그릇씩을 비워내곤 했었다. 그리고 식사 후엔 구수한 숭늉과 누룽지를 후식 삼아 나누어 먹었던 어린 시절이 생각나곤 한다.

농촌의 여름은 모내기와 함께 시작된다. 요즘은 많이 달라졌지만 예전엔 모내기철이면 모내기하는 집에서 깜깜한 새벽부터 온 동네 일꾼들을 불러 모아 새벽밥을 함께 나누어 먹고 논으로 나가 모내기를 했었다.

모내기 하는 날 새벽 밥상엔 일상보다는 조금은 푸짐한 생선이며 고기국도 놓였고, 밥도 곱절 많이 퍼져 있었다. 이렇게 푸짐한 아침을 먹은 동네사람들은 한나절 모내기를 하였고, 점심이 되면 논두렁에 둘러 앉아 식사를 했다.

논두렁 점심엔 고기국과 된장, 상추, 고사리 등 계절 식재료가 총 동원되었고 얼큰하게 나누어 마실 수 있는 막걸리도 말술로 준비되곤 했다. 땡볕이지만 푸짐한 식사와 거나하게 걸친 막걸리로 기분이 한껏 오른 일꾼들은 논두렁 여기저기 누워 잠깐씩 단잠을 청하곤 하였다. 모내기가 끝나면 7~8월 한여름이 찾아오고, 농가엔 참외, 수박, 토마토, 오이, 아욱, 가지, 하지감자 등 갖가지 야채와 과일이 넘쳐났다.

특히 여름별미로 고추장을 풀어 만든 하지감자 찌개와 아욱국, 가지볶음 등이 입맛을 돋우었고, 생오이를 고추장에 찍어 먹는 맛이 일품이었다. 가끔은 개울서 잡은 민물고기 찌개가 올라오기도 하였다.

가을이 되면 서리 내릴 즈음 거두어들인 고구마 줄기무침, 상수리를 주워 집에서 직접 만든 묵, 밭에서 거두어 들여 커다란 가마솥에서 몇 시간씩 공들여 만든 두부, 그리고 집안 아랫목에서 이불을 뒤집어 씌워 잘 발효시킨 청국장 등 입맛 나게 하는 반찬들이 끼니마다 넉넉하게 차려졌다.

가을걷이가 끝나면 눈 내리기전 김장을 마치는데, 겨울 밥상은 땅을 깊숙이 파고 뭇은 김장독에 담긴 배추김치, 무김치, 백김치, 동치미 등이 주류를 이루었다. 가끔은 밥 대신 동치미 국물에 삶은 고구마, 찐밤, 그리고 배추꼬리 등이 한 끼니를 채워주기도 했었다.

이제는 세월도 변하고 식재료도 변하여 농가의 밥상도 도시와 별반 다를 것 없이 되었지만, 아직도 계절마다 동네 주변에서 얻는 식재료들은 변함없이 입맛을 되찾아 준다.

이제 진달래꽃 피는 봄이 왔으니 고향에 들러 산에서 두릅과 고사리도 따고 논두렁에서 쑥도 뜯어다 이웃들과 함께 봄맞이를 해 봐야겠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인기기사
기업돋보기
단독기사
톱데일리는 독자분들의 제보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여러분께서 주신 제보와 취재요청으로 세상을 더욱 가치있게 만들겠습니다.
뉴스제보 이메일 top@top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