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논문 등재 ‘스펙 대물림’ 심각… 학계 “처벌은 과해”
자녀 논문 등재 ‘스펙 대물림’ 심각… 학계 “처벌은 과해”
  • 최종환 기자
  • 승인 2019.10.15 17: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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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교수들, 논문 11편 미성년 자녀 공저자 등재
유은혜 교육부 장관 “엄정하게 처리할 것”
학계선 “규제·처벌보다 투명성 높여야”

 

교육부 전경(사진=뉴스핌 제공)
서울대 전경(사진=뉴스핌 제공)

톱데일리 최종환 기자 = 입시 공정성 문제가 화두가 된 가운데, 최근 교수 자녀들의 논문 공저자 등재가 드러나 논란이 되고 있다. 그러나 문제해결을 놓고 교육부와 학계의 이견이 나왔다. 교육부는 엄정한 조치를 약속한 반면, 학계는 처벌보다 스스로의 자정 능력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교육부가 지난 5월 발표한 ‘미성년 논문 공저자 논문 조사 결과 및 조치 현황’을 보면, 2007년 이후 10여 년 간 50개 대학 87명 교수가 139건의 논문에 자녀를 공저자로 등재한 것으로 드러났다.

교육부는 연구부정 검증의 책임이 있는 해당 연구자 소속 대학에 139건의 논문의 연구부정 검증을 요청했고, 대학에서 1차적으로 검증했다. 그 결과 총 5개 대학 7명의 교수가 12건의 논문에 자신의 자녀가 논문 작성에 정당한 기여를 하지 않았음에도 논문에 이름을 올린 것으로 확인됐다.

유은혜 교육부 장관은 해당 문제를 지적하며 “교수 자녀 등 논문에 기여하지 않은 미성년자의 부당 저자 등재 행위는 엄격하고 공정한 절차에 따라 검증해 단호하게 조치할 계획이다”고 강조한 바 있다.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국립대 교수들의 도덕적 해이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본인 연구에 미성년 자녀를 공저자로 끼워 넣은 행위가 적발됐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이학재 자유한국당 의원이 지난 9일 서울대학교에서 받은 ‘교수 미성년 자녀 공저자 논문 조사 현황’에 따르면, 6명의 서울대 교수가 11편의 논문에 본인 미성년 자녀를 공저자로 올린 것으로 드러났다. 11편 논문 가운데 9편은 교육부와 보건복지부, 농림축산식품부 등 정부 부처가 지원한 연구과제였다. 사업비는 총 381억 원 지원됐다.

이 대학 수의학과 A교수는 지난 2012년 두 명의 연구원과 본인 아들을 논문 공저자로 이름을 올렸다. 해당 대학은 연구지원금으로 지식경제부와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145억4000만 원을 받았다.

교수 자녀가 공저자로 이름을 올린 논문이 대학 입시에 활용되면 공정성 시비가 불거질 수밖에 없다. 학계 스스로 자정 노력이 필요하지만, 우리나라 대학연구비 재원의 77.4%를 국가와 지자체가 담당하는 상황에서 정부의 엄정한 관리도 요구된다.

노정혜 한국연구재단 이사장은 “2006년 기점으로 연구윤리에 대한 규정정비와 공론화를 통해 꾸준히 연구계의 자정능력을 높였다”며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부정행위가 없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도 사실이다. 부실학회 참석 등으로 국가연구비를 낭비한 사람에게는 응당의 비용 회수와 징계가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15일 국회서 열린 ‘연구윤리, 자율과 규제의 경계’ 대토론회 모습. 이날 발제자로 나선 이석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연구개발정책과장은 연구부정에 대한 조사와 검증은 제3의 기간이 수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사진=최종환 기자)
15일 국회서 열린 ‘연구윤리, 자율과 규제의 경계’ 대토론회 모습. 이날 발제자로 나선 이석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연구개발정책과장은 연구부정에 대한 조사와 검증은 제3의 기간이 수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사진=최종환 기자)

■ “조사·검증은 3기관 해야” “연구부정, 처벌만이 답아냐”

15일 국회서 열린 ‘연구윤리, 자율과 규제의 경계’ 대토론회에서는 최근 불거진 연구자들의 부실학회 참석, 자녀 논문 공저자 등재 문제 등이 다뤄졌다. 참석자들은 학내 연구윤리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면서도 처벌과 규제에 대해선 신중한 입장을 취했다.

연구자들의 학문적 자유와 규제의 접점을 어떻게 좁히느냐가 앞으로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발제자로 나선 이석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연구개발정책과장은 연구부정에 대한 조사와 검증은 제3의 기간이 수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구부정 행위의 1차 책임은 연구기관에 있지만, 전담기관이 문제를 검증할 수 있도록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과장은 연구기관이 연구부정행위를 조사하고 검증한 뒤 소관 부처에서 해당 결과를 검토해 제재를 이행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연구와 조사, 제재를 별도의 기관을 둬 상호 이해충돌을 방지하자는 의미다.

또 연구자들의 부실학회 참석을 막고자 ‘학술정보공유시스템’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정부가 계획하고 있는 ‘부실학회 검증 및 조치 대응체계(안)’에 따르면, 연구자가 정부 연구비로 출장을 갈 경우, 연구비 통합관리시스템에 학술행사 이름 등 학회 관련 정보를 사전에 기입해야 한다. 이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내 연구부정방지위원회(신설)가 부실 여부를 검토하고 결과를 공개하는 방식이다.

이석래 과장은 “내부 고발자에 대한 법적 보호체계를 마련하기 위해 국가연구개발사업 관리 등에 관한 규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며 “정부 지원 과제로 발생된 성과물은 시민들에게 적극적으로 공개해야한다”고 말했다.

엄창섭 대학연구윤리협의회장은 처벌에 앞서 연구부정에 대한 명확한 정의를 내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엄창섭 회장은 “정부 법령과 지침, 학회나 대학 등의 규정 등에 통일된 연구윤리 지침을 만들어야 한다”며 “연구부정에 대한 적절한 제재 수준을 설정하고, 그 사례도 공개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정부 주도의 부실학회 명단 공개에 대해선 자칫 국제 소송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2014년 7월 이후 총 90개 대학 574명의 소속 교원이 808회 이상 부실학회에 참석한 것으로 확인됐다. 부실학회로 지목받은 와셋(WASET), 오믹스(OMICS) 등은 학문적 체계 없이 연구자 간 주먹구구식 발표가 이뤄져 ‘유령 학술단체’라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교육부는 이들 연구자 명단을 90개 대학 감사담당 부서에 통보하고 자체 감사를 갖도록 했다. 그 결과 452명의 대학 교원이 주의·경고, 76명이 경징계, 6명이 중징계 처분을 받았다.

육소영 충남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연구윤리에 대한 통일된 규정이 필요하다는 점은 동의한다”고 하면서도 “부실학회에 대한 검증은 엄격하고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해외 학회를 ‘부실’이라고 판정할 경우 국제적으로 분쟁 소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민영 부산과학기술협의회 연구원은 “규제나 법, 제도를 많이 만든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며 “윤리 문제는 윤리로 봐야 한다. 규제보다 투명성을 강조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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