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설리 가는길, 우리에겐 침묵이 필요하다
[기자수첩] 설리 가는길, 우리에겐 침묵이 필요하다
  • 신진섭 기자
  • 승인 2019.10.15 20:12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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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테크팀 신진섭 기자
라이프&테크팀 신진섭 기자

 

톱데일리 신진섭 기자 = 장례식에서 가장 꼴불견인 이를 꼽자면 호사가(好事家)다. 고인이 왜, 어떻게, 언제 죽었는지 떠들어대고 얼마나 아프고 원통했겠느냐며 목소리를 높인다. 자기 딴에는 별 생각 없이 내뱉는 말들이지만 유족에겐 칼이 돼서 꽂힌다. 술 취한 목소리로 쉽게 내뱉는 말에 유족들의 눈 앞에서 친지의 죽음이 재현된다. 남겨진 이의 죄책감은 견딜 수 없이 커져간다. 

호기심일 수도, 어쩌면 상주를 위로하기 위한 선의일 수도 있다. 하지만 삼가야 한다. 누구도 친지들만큼 슬퍼할 순 없다. 지인과 혈육의 슬픔의 농도는 비교조차 힘들다. 유족보다 더 분노하고 슬퍼할 권리는 객 누구에게도 없다. 식장에 철천지 원수가 나타나도 당신은 가만히 앉아 소주를 홀짝이는 편이 좋다. 특히나 악상(惡喪)인 경우 장례식에서 필요한 건 조의와 침묵뿐이다.

설리가 떠났다. 그의 죽음을 설명하고자 하는 말들이 온라인에서 범람한다. 또 누군가는 어떤 것이나 어떤 이 때문에 그리됐다고 핏대를 세운다. 아직은 때가 아니다. 장례식장에서 멱살잡이를 하는 격이다. 49재는커녕 삼일장도 다 지나지 않았는데 말이다. 

무언가의 책임으로 돌려도 상실은 메워지진 않는다. 빈자리를 인정하기조차 어려운, 그런 정도의 시간이 지났다. 지금 필요한 건 남겨진 자에 대한 배려다. 혈족처럼 이 비극을 평생 감당할 자신이 없다면, 그런 처지가 아니라면, 두 번 절을 하고 향을 올려 슬픔을 아주 조심스레 전한 뒤 구석자리에 앉아 육개장이나 먹고 집으로 돌아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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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민서 2019-10-15 21:10:49
본 기사중 좋은기사네요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건 침묵이라고 생각합니다... 좋은 기사 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권영자 2019-10-15 22:29:08
겪어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아픔...
그 앞에서 어떤 위로도 위로가 될 수 없음을...
침묵, 바로 그것만이 최고의 애도 표현이라 생각합니다.

김종호 2019-10-16 02:43:53
공감됩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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