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타다, 권리금 안주는 게 혁신인가
[기자수첩] 타다, 권리금 안주는 게 혁신인가
  • 신진섭 기자
  • 승인 2019.12.10 17:4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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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테크팀 신진섭 기자.
라이프&테크팀 신진섭 기자.

 

톱데일리 신진섭 기자 = 상가를 빌릴 때 앞 임차인에게 일명 권리금이라는 걸 줘야 한다. 법적으로 성격이 애매한 제도지만 국가도 함부로 건드릴 수 없을 만큼 공고하다.   

만약 어떤 임차인이 가게를 인수한 후 앞 사람에게 권리금을 주지 않고 버틴다면 어떨까. 소송은 물론 사회적 지탄을 각오해야 한다. ‘권리금은 법에 없다’고 배짱을 부려 봐도 누가 욕을 먹을지는 자명하다. 이는 상가를 양도한 이에게 금전적 손해를 입힘은 물론 권리금을 내가면서 장사하는 대부분 사업자들을 맥 빠지게 하는 일이다. 그런데 한 임차인이 ‘손님들이 우리 제품을 좋아하고 장사도 잘되고 해외서도 잘 나가는 아이템이며 해외에선 권리금을 안 줘도 된다’는 혁신적인 논리로 고집을 피우고 있다. 이 임차인의 이름은 타다다. 

대한민국에서 택시 면허는 권리금의 성격을 갖는다. 택시 면허는 국가 관리 하에 총량제로 운영되는데, 무분별한 신규 진입을 막아 기사들의 수입을 보전하고 교통체증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이 때문에 신규 발급이 어려워지자 그간 택시면허는 지역에 따라 수천만원에서 1억원을 상회하는 가격으로 거래돼왔다. 직장인들은 은퇴 후 퇴직자금을 차와 면허에 ‘올인’해 택시기사로 변신했다. 

그렇지만 타다는 택시면허 없이 달린다. 기사도, 차량도 빌려서하는 렌터카라고 업체는 주장하지만 타보면 이는 분명 유사 택시다. 이재웅 대표는 택시 면허를 구입하겠다는 말은 결코 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논리는 ‘우리네 혁신을 해야 한다’는 민족자강론이나 ‘방해하면 타다에 딸린 식구가 죽는다’는 반협박식이다.     

이재웅 쏘카 대표가 즐겨 말하는 외국 사례로 말해보자. 미국 뉴욕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노란 택시를 운전하려면 면허가 필요하다. 100만 달러를 웃돌던 뉴욕 택시 면허의 가격은 우버, 리프트 등 유사택시 서비스의 등장과 함께 가격이 15만 달러 수준으로 폭락했다. 좌절한 택시 기사들이 목숨을 끊는 사건도 일어났다.  

누군가는 국가가 관리하는 택시 면허 총량제가 시장 경직성을 가져오는 시대착오적인 정책이라고 말한다. 일리 있는 지적이다. 하지만 실존하는 제도를 무시하고 시장에 진입하려는 사업자를 방치한다면 뉴욕택시 사례처럼 비극을 낳게 된다. 혁신에도 배려가 필요한 이유다. 

택시업체와 갈등을 빚어왔던 카카오모빌리티는 택시면허를 구입하고 택시회사를 인수해 갈등을 최소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반면 타다는 지금까지 ‘혁신이니 허락해달라’는 ‘땡깡’ 말고 어떤 노력을 보였는지. 권리금도, 한국법도 배려도 싫으면 답은 정해져 있다. 우버와 리프트가 성업 중인 해외로 가서 장사를 하면 될 일이다. 진정 혁신적인 서비스라면 글로벌 시장에서도 성공 할 테니 무리한 요구는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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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2019-12-11 12:37:59
국가가 찍어낸 면허를 혁신기업에서 수습하라는 기적의 논리에 무릎을 탁 치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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