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중국인이 본 한국 코로나 대응, “한국은 민주주의체제… 정부 통제 한계 있어”
[인터뷰] 중국인이 본 한국 코로나 대응, “한국은 민주주의체제… 정부 통제 한계 있어”
  • 최종환 기자
  • 승인 2020.03.11 16: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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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 다문화거리서 카페 운영하는 중국 동포 홍순국(37) 대표
“중국인 입국 제한했어도 개의치 않아”
“경영 악화에 지원금 바라지 않아… 빨리 일상으로 돌아갔으면”

 

경기도 안산시 다문화거리에서 카페를 운영 하고 있는 중국 동포 홍순국 대표의 모습.(사진=최종환 기자)
경기도 안산시 다문화거리에서 카페를 운영 하고 있는 중국 동포 홍순국 대표의 모습.(사진=최종환 기자)

톱데일리 최종환 기자 = 2011년 한국으로 건너온 중국 동포 홍순국(37) 대표는 경기도 안산시 다문화거리에서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건설 현장에서 3년간 일해 모든 돈으로 가게를 차렸다. 타지 생활 9년 만에 어엿한 사장님이 된 그다.

하지만, 사업 도전이라는 부푼 꿈은 4개월여 만에 근심으로 바뀌었다. 지난해 12월말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창궐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되자 카페를 찾는 이들이 급감하면서다.  

기자가 지난 5일 홍 대표의 카페에서 2시간가량 머물렀지만, 손님은 단 한 명밖에 볼 수 없었다. 카페는 고요하다 못해 적막감이 흘렀다.

경영 상황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홍 대표는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그러자 “(코로나 사태 이후) 이곳뿐만 아니라 다문화거리 전체가 경영에 타격을 입었다”며 “지금은 임대료는커녕 전기세라도 벌어야 한다는 심정으로 일하고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날 다문화거리에는 외국인들의 왕래가 잦았지만, 식당과 카페, 편의점에는 인적이 드물었다. 아예 문을 닫은 상점도 여럿 눈에 띄었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이 진행되면서 소비 심리가 꽁꽁 얼어붙은 탓이다.

불행 중 다행으로 지역의 확진자 증가 폭은 정체 분위기다. 등록 외국인 6만 명에 달한 안산시는 선제적인 방역으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11일 기준, 확진자는 3명이다.

시는 지난 설 연휴 전부터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제를 맞아 특단의 대책을 세웠다. 해외여행을 앞둔 시민들에게 예방물품 배부를 비롯해 감염병 예방수칙을 전광판, SNS 등을 통해 홍보에 나섰다. 현재 1600명 규모의 방역 인력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홍 대표는 “안산시는 지난 1월부터 다문화거리 주변에서 올바른 손 씻기 등 코로나19 예방 수칙 캠페인을 열었다”며 “외국인들도 조심하는 분위기였다. 특히 일부 중국인은 스스로 자가 격리에 들어갔다”고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외국인들이 안산시 다문화거리를 돌아다니고 있다. 하지만, 식당과 마트, 편의점에서는 인적이 드물었다.(사진=최종환 기자)
외국인들이 안산시 다문화거리를 돌아다니고 있다. 하지만, 식당과 카페, 편의점에는 인적이 드물었다.(사진=최종환 기자)

한국의 코로나19 확산세는 꺾이지 않고 있지만, 외국인을 통한 집단 감염 사례는 없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번 재난을 ‘중국 책임론’으로 몰아세웠다. 지난 1월 20일 국내 첫 확진자가 나오자 제기된 중국인 입국 제한 주장이 그 예다. 일부 언론과 정치권은 정부를 향해 ‘중국 눈치 보기’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홍 대표는 중국인 입국 금지 조처에 ‘문제없다’는 반응이다. 대신 방역에 허점이 생길 경우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돼 정부의 단호한 대처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이렇게 설명했다.

“한국이 중국인 입국 제한 조치를 내려도 개의치 않다. 옆집 친구가 감기가 걸리면, 방문하지 않듯 감염병 예방을 위해서라면 입국 제한은 문제 삼을 일이 아니다”라는 것이다.

홍 대표는 이어 “한 명이라도 감염되면 도시 전체가 큰 혼란에 빠질 수 있다. 정부가 주민들을 통제하는 건 어쩔 수 없다”고 덧붙여 설명했다.

우리 정부는 국경 폐쇄가 전염병 예방에 실효성 없다는 세계보건기구(WHO)의 권고를 받아들여 11일 현재 전면적인 외국인 입국 제한을 두지 않고 있다. 중국 후베이성 발급 여권 입국 제한, 3단계 발열 체크 등의 조치를 취한 상태다.

홍 대표는 우리 정부의 방역 활동에 대해 “민주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한국은 중국처럼 사람들을 일일이 통제하기 쉽지 않다”며 “하지만 시민들의 자발적인 협조와 대응 덕분에 위기를 잘 극복할 것이라 믿는다”고 했다.

공산당 체제인 중국은 우한 내 확진자가 급증하자 지난 1월 도시 봉쇄 조치를 내렸다.  팬데믹 현상(전염병 대유행)을 막기 위한 불가피한 결정이었다. 이에 대해 홍 대표는 “어느 나라의 방역이 좋은가 따지기보다 나부터 조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짚었다.

정부의 방역 활동에 큰 불평은 없었지만, 그의 표정은 어둡기만 했다. 전염병 확산에 따른 경영 악화가 주된 이유로 보였다.

코로나19 이후 필요한 대책이 무엇이냐고 묻자 홍 대표는 “소상공인에 대한 정부 지원금은 바라지 않는다. 이미 많은 사람이 피해를 보고 있어 혼자 혜택을 받아선 안 된다”며 “하루빨리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희망 사항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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