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보도 이후 ①] ‘사망설’ 오보 낸 언론들, 사과도 해명도 없었다
[북한 보도 이후 ①] ‘사망설’ 오보 낸 언론들, 사과도 해명도 없었다
  • 최종환 기자
  • 승인 2020.05.04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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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 ‘건강 이상설’ 오보 낸 데일리NK, 사과·해명 없어
상당수 언론 검증 없이 받아쓰기만… 보도준칙 무용지물
“언론 스스로 성찰하고 자정 필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일 순천인비료공장 준공식에 참석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일 보도했다.(사진=조선중앙통신 제공)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일 순천인비료공장 준공식에 참석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일 보도했다.(사진=조선중앙통신 제공)

톱데일리 최종환 기자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현지 매체를 통해 모습을 드러내자 그간 제기됐던 ‘건강 이상설’은 가짜뉴스로 판명 났다. 하지만 관련 보도를 쏟아낸 상당수 언론은 사과나 해명에 인색한 모습이다.

앞서 북한 전문 매체 ‘데일리NK’는 지난달 20일 북한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김 위원장이 12일 심혈관 시술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이어 미국 방송 ‘CNN’이 해당 매체를 인용해 기사화하자 김 위원장의 ‘건강 이상설’이 하루 만에 한반도를 덮쳤다.

하지만 북한 로동신문이 지난 2일 김정은 위원장의 현지 지도를 보도하면서 논란은 일단락됐다. 외부에서 제기된 의혹을 해소하려는 듯 김 위원장은 비교적 건재함을 보였다. 전 세계를 놀라게 한 ‘건강 이상설’도 10일 만에 ‘해프닝’으로 끝나고 말았다.

그사이 생산된 가짜정보는 무수히 많았다. 알 권리와 권위를 등에 업고 관련 소식을 전한 언론은 이번 사태로 ‘신뢰의 위기’를 피할 수 없게 됐다.

한국기자협회가 지난 2017년 ‘평화통일과 남북 화해 협력을 위한 보도 제작 준칙’을 통해 “국내외 관계자들이 무책임하게 유포하는 각종 설은 보도하지 않는다”고 규정했지만, 일선 현장에서는 규범적 수준에 머물렀다.

실제 태영호·지성호 미래통합당 국회의원 당선인을 비롯해 장성민 세계와동북아평화포럼 이사장 등은 사망설에 불을 지폈고, 기자들은 그대로 받아썼다. 포털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김 위원장 ‘식물인간’ 등 믿기 힘든 주장이 난립했다. 억측과 과장이 뒤엉켜 실체적 진실은 뒷전으로 밀리고 말았다.

북한에서 최고지도자의 건강 문제는 최측근 외에는 알기 어려운 ‘1급 비밀’에 속한다. 신원을 알 수 없는 소식통이 해당 정보를 누군가와 공유한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적지 않았다.

그럼에도 상당수 언론은 신원이 불분명한 ‘내부 소식통’의 주장만 전달할 뿐 검증은 소홀했다. 남북관계와 한반도 정세에 불안을 고조시킬 수 있는 사안이지만, 가짜뉴스에 대한 해명은 찾을 수 없었다.

특히 정부가 “북한 내 특이 사항은 없다”고 직·간접으로 입장을 밝혔지만, 인터넷 매체 ‘쿠키뉴스’는 지난달 23일 머리말 ‘단독’을 달고 김 위원장의 사망 소식을 전했다. 장성민 이사장이 페이스북에 쓴 글을 단순 전달한 보도였다.

4일 현재 이 매체는 회사 차원의 아무런 해명을 하지 않고 있다. 포털에서는 해당 기사가 버젓이 검색되고 있는 상황이다.

김정은 위원장의 건강 이상설을 처음 보도한 데일리NK 측도 톱데일리와 통화에서 오보에 대한 해명이나 취재경위를 묻는 기자의 질의에 “이번 사안에 대해 말씀드릴 부분이 없다”며 “기사에 대한 사과나 해명할 계획도 없다”고 전했다.

북한에서 발생한 이슈는 기자가 직접 취재할 수 없다는 한계 탓에 누가 어떤 말을 하면 진위 파악이 어렵다. 탈북자와 정치인이 한 중대 발언도 쉽게 부인하기 힘들다. 언론이 이들의 ‘아무 말’을 검증하지 않고, 그대로 받아쓰게 되면 같은 사태가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이봉우 민주언론시민연합 모니터 팀장은 “김정은 위원장 건강 문제뿐만 아니라 내부 소식에 대해 사실 확인이 어렵다는 이유로 ‘카더라’ 소식이 너무 많았다”며 “북한 보도의 소스가 무엇인지 언론 스스로 성찰하고 자정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한편, 태영호 미래통합당 국회의원 당선인은 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김정은 위원장의 건강 이상설을 주장한 것에 대해 사과의 뜻을 밝혔다. 그는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국민 여러분께 사과”한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더욱 신중하고 겸손한 의정활동을 펼쳐 나가겠다는 약속드린다”고 했다.

 

인터넷 매체 ‘쿠키뉴스’는 지난달 23일 머리말 ‘단독’을 달고 김 위원장의 사망 소식을 전했다. 장성민 세계와동북아평화포럼 이사장이 페이스북에 쓴 글을 단순 전달한 보도였다.(쿠키뉴스 갈무리)
인터넷 매체 ‘쿠키뉴스’는 지난달 23일 머리말 ‘단독’을 달고 김 위원장의 사망 소식을 전했다. 4일 현재 이 매체는 회사 차원의 아무런 해명을 하지 않고 있다. 포털에서는 해당 기사가 버젓이 검색되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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