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5 선언 20주년… 전문가들 “점진적 ‘적대’ 해소를”
6·15 선언 20주년… 전문가들 “점진적 ‘적대’ 해소를”
  • 최종환 기자
  • 승인 2020.06.15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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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6·15 남북공동선언과 한국사회의 변화’ 열려
“한미공조로 국가 자율성 제약해선 안 돼”
“경색국면 지속… 안보 위기 기회로 활용해야”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이 ‘6․15 남북공동선언과 한국사회의 변화’ 학술회의에서 발표를 하고 있는 모습.(사진=최종환 기자)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이 ‘6·15 남북공동선언과 한국사회의 변화’ 학술회의에서 발표를 하고 있는 모습.(사진=최종환 기자)

톱데일리 최종환 기자 = 15일 남북관계가 경색된 가운데 열린 6·15 남북공동선언 20주년 기념식 행사에서 북한 전문가들은 “북한 비핵화와 남북관계가 교착국면에 있다”며 “점진적으로 적대 감정을 해소해야”한다고 입을 모았다.

분단 이후 처음으로 개최된 남북정상회담(2000)이 이날로 20주년을 맞았지만, 최근 급속히 냉각된 남북관계를 반영하듯 남북 공동 기념식은 열지 못했다.

기념식에 참가한 전문가들의 주장을 종합해보면, 정치·군사·사회적 적대(敵對)의 점진적 해소로 요약된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6·15 남북공동선언 전후의 변화와 향후 과제’라는 발제문을 통해 북핵 문제의 현실적 해법으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보다 핵 위협을 단계적으로 줄여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6·15 남북공동선언에는 북한 비핵화는 물론 군사적 내용이 담겨 있지 않다. 하지만, 정상회담 이후 열린 실무 회담에서는 군사적 긴장 완화가 중요한 의제로 다뤄졌다.

홍민 실장은 6·15 남북공동선언의 군사적 의미에 대해 “상호 불가침, 흡수통일, 적화통일의 불안감과 공포증 벗어나기 위해 상호 신뢰조성이 중요하다는 공감대를 이뤘다”고 평가했다.

당시 대내외적 긴장은 남북관계 개선에 한계로 지적된다. 미국 부시 행정부 출범으로 대북 강경정책과 9·11테러, 미국의 탈레반 공격 등 대외 불확실성이 크게 확대됐다. 우리 정부는 ‘국방백서’를 통해 북한을 ‘주적’이라고 표기하면서, 남북장관급 회담은 진도를 나가지 못했다.

홍민 실장은 과거의 선례를 들어 “남한·미국 정권교체의 영향을 최소화하는 접근 ‘프레임’, 남북한 자율성과 독자성을 확보하는 ‘프레임’이 필요하다”며 “대북제재와 북미협상에 일회일비해 교류협력에 집중하는 지엽적 접근으로부터 탈피해야한다”고 제안했다.

교착 상태에 빠진 비핵화 협상 프레임의 전환도 제시했다. 대북제재와 한미공조 때문에 ‘할 수 있는 것’부터 해야 한다는 접근방식은 현실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남북한 근본문제나 북한이 원하는 접근방식과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 나온다.

홍민 실장은 “김정은 위원장은 대북제재만 일부 해제돼도 중국 및 여타 국가와의 경제관계를 통해 독자적인 발전을 추진한다는 전략적 자신감이 있다”며 “북한이 원하는 것은 국가 활동과 경제발전을 위해 미국과의 ‘새로운 관계수립’, ‘상호 안전보장’을 위한 환경 조성이다”고 했다.

그러면서 “완전한 비핵화보다 점진적으로 핵 위협을 포함한 전반의 위협을 실질적으로 감소시키고, 평화체제의 전반 조건을 만들어가는 접근이 현실적일 수 있다”고 제안했다.

 

‘6․15 남북공동선언과 한국사회의 변화’ 학술회의가 15일 서울 플라자 호텔에서 진행되고 있는 모습.(사진=최종환 기자)
‘6‘6․15 남북공동선언과 한국사회의 변화’ 학술회의가 15일 서울 플라자 호텔에서 진행되고 있는 모습.(사진=최종환 기자)

■ “교류 증대했지만, 호기심 충족에 머물러”

이우영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6·15 남북공동선언 이후 남북 간 교류협력이 양·질적으로 확대됐지만, ‘적대 해소’라는 구조적인 문제는 해결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우영 교수는 “과거에는 제3국에서 이뤄졌지만, 2000년대 들어서는 남북 각지에서 사회문화교류가 진행됐다”며 “남북의 문화를 상대편 사람들이 직접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질적으로 다른 차원의 교류였다”고 짚었다.

6·15 남북공동선언 이후 사회문화교류가 활성화됐지만, 지속된 분단으로 남북한 모두 상대의 생활·문화를 쉽게 받아들일 수 없었던 점은 한계로 지적된다.

실제 2000년 이후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운영은 남북 간 경제협력을 높이는 사례로 꼽힌다. 하지만, 정치·군사적 갈등 구조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남북은 상대 문화를 일시적인 호기심 충족 수준에 머무르거나, 과거의 문화적 편견을 확인하는 결과를 가져왔다는 게 이우영 교수의 설명이다.

이우영 교수는 “남북 간 적대적 인식이 하루아침에 바뀔 수 없다”며 “6·15 남북공동선언 이후 남북관계를 저해하고 있는 다양한 원인에 대한 정밀한 검토가 이뤄져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반도 문제의 남북한 주도적 역할을 강조한 목소리도 나왔다.

부승찬 연세대학교 통일연구원 전문연구원은 “6·15 남북공동선언의 가장 큰 결실은 두 정상이 상호체제를 실체적으로 인정했다는 사실이다”며 “김대중 대통령의 한반도 평화에 대한 갈망과 분단구조를 안보 위기가 아닌 기회로 인식한 능동적인 결과물이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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