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서재] 삼성은 왜 이재용의 기소를 두려워 하는가
[기자의 서재] 삼성은 왜 이재용의 기소를 두려워 하는가
  • 김성화 기자
  • 승인 2020.09.04 10: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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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데일리 김성화 기자 =글로벌 기업으로 발돋움한 삼성전자는 우리나라에서 급이 다른 기업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그 속에서 삼성을 돌아가게 만드는 인물들은 의외로 우리가 흔히 접하는 다른 기업인과 다를 바가 없다. 특히 그 삼성을 이끄는 수장들 또한 해고가 두려운 한 명의 직장인에 불과할지 모른다.

삼성물산 합병과 관련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기소를 두고 아마 가장 두려워하고 있는 건 이 부회장이 아니라 각 사업단의 사장들일지도 모른다. 삼성의 사업 진행 방식은 그렇게 되도록 만들어 왔다.

외부인의 시각은 우리와 깊은 공감은 전해주지 못할지라도 객관적인 시각을 보여준다. 한국인이 한국에서 한국인의 시각으로 보여주는 ‘외신’이 아닌, ‘이코노미스트’, ‘월스트리트 저널’, ‘타임’, ‘뉴리퍼블릭’ 등에 기고한 진짜 외신기자인 제프리 케인이 쓴 ‘삼성라이징’은 삼성에 대한 진짜 외부 시각을 우리에게 던져준다.

삼성은 스마트폰을 판매하면서 미국 시장 비중을 늘려갔고, 그 과정에서 마케팅과 소프트웨어, 디자인 개발을 위해 외국 인력에 많은 의존을 했다. 제프리 케인의 말에 따르면 삼성과 협력하기로 한 외국 인력들이 힘들었던 점은 삼성의 경직된 사내 문화와 탑-다운 방식의 사업 처리였다. 외국 출신으로 미국에서 활동하더라도 삼성의 사내 문화를 강요 받았고, 이건희 회장을 중심으로 한 수직적 체계에 적응해야 했다.

극히 어려운 환경 속에서 반도체 사업을 시작하고, 스마트폰 시장에 뛰어든 결단을 무시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그 이면에 삼성의 경직된 방식이 놓쳐버린 기회도 많다. 대표적 사례가 안드로이드 인수 에피소드다. 안드로이드가 제안한 인수를 거절했던 삼성의 사고방식은 여전히 소프트웨어에서의 약점으로 드러나고 있다. 또 제프리 케인은 삼성이 투자 건으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을 만나 영화 얘기는 하지도 않고 자신의 사업 얘기만 꺼내놓아 어그러진 사례도 책에 써놓았다.

이런 에피소드와 곁들여서 나온 삼성 내부 문화에 대해 제프리 케인은 마치 북한을 떠올리게 한다고 말한다. 모든 지배력이 최상층, 이건희 회장과 이재용 부회장에게로 집중되는 방식이었다. “아직 회장님이 남아 비전을 제시해 줘야 합니다.” 이건희 회장의 구속 위기 속에서 나온 삼성 내부의 발언이다.

이런 문화는 현재 진행 중인 재판에서도 보이듯 이재용 부회장에게 이어진다. 반도체를 강조하기 이전 'e-삼성'을 추진했고 그 사업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이 부회장을 위해 삼성이 나선 이야기도 책 속에 담겨 있다. 

이재용 부회장이 아직 전면에 나서기 전 있었던 사례도 재밌다. 이재용 부회장은 경영수업을 받고 있을 무렵 서울의 한 호텔 식당에서 롤스로이스 한국 지사장을 지낸 앨런 플럼과 우연찮게 만났다. 이 자리에서 이재용 부회장은 그의 면전에서 “부친은 벤틀리를 가지고 계십니다”고 말했고 현재까지 롤스로이스와 삼성전자의 뚜렷한 협업 사례는 없다. 또 책에는 이 부회장이 “DVD가 나왔는데 왜 사람들이 VHS를 보는 거죠”라 묻는 장면도 묘사돼 있다. 제프리 케인은 책 속에서 이재용 부회장의 주된 업무가 글로벌 파트너와의 미팅이 된 이유를 말하고 있다.

부자는 망해도 3대는 간다고 한다. 삼성도 이제 3대째에 접어들었다. 그렇지만 삼성의 문화는 3대에 걸쳐 변하지 않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의 기소가 두려운 이유? 어쩌면 그들의 몸에 배인 문화가 만들어낸 공포감인지도 모른다.

제프리 케인은 이 책을 준비하며 출판을 말리는 말도 많이 듣고, 인터뷰를 거부 당하고, 14곳의 출판사로부터 거절을 받고서야 세상에 내보일 수 있었다. 우리에게 삼성이 단지 하나의 기업이 아닌 걸 반증한다. 하지만 ‘외신 기자’가 아니고서 어떤 사람이 우리나라에 이런 이야기를 들려 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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