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동킥보드 사고 늘어가는데, 안전 규제는 줄어간다
전동킥보드 사고 늘어가는데, 안전 규제는 줄어간다
  • 이진휘 기자
  • 승인 2020.09.04 17: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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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내 전동킥보드, 3개월 동안 2배 증가한 3만5000대
관련 교통사고 지난해 117건, 자동차 충돌 사고 25%
안전모, 안전교육, 보험 사실상 이용자 자율에 맡겨
서울 광진구 인근 횡단보도 한가운데에 세워져 있는 전동킥보드. 사진=박현욱 기자
서울 광진구 인근 횡단보도 한가운데에 세워져 있는 전동킥보드. 사진=박현욱 기자

톱데일리 이진휘 기자 =  정부 혁신 성장사업인 전동킥보드의 보급 속도는 빨라지지만 동반되는 안전 대책은 느리기만 하다. 법 개정으로 중·고등학생도 이용 가능해지면서 앞으로 전동킥보드 사고 증가 추세가 더 가파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인터넷에 '킥라니'를 검색하면 많은 사고 관련 글들이 검색결과로 나온다. 인터넷 상의 과대포장이라 볼 수 있지만 실제로 전동킥보드 관련 사고는 최근 눈에 띄게 늘어가고 있다. 서울시 소방재난본부 통계에 따르면 전동킥보드 사고는 지난 2018년 57건에 인명피해가 49명, 2019년 117건에 105명으로 1년 새 2배가 늘었다. 또 전체 사고 중 전동킥보드와 자동차 충돌 비율이 25.5%를 차지했다.  

이는 늘어난 전동킥보드 보급과도 무관하지 않다. 4일 서울시 통계에 따르면 2년 전 150대에 불과했던 서울시 내 전동킥보드(16개 사업자)수가 최근 급증하고 있다. 지난 5월 서울시 내 1만6580만대였던 전동킥보드는 3개월 만에 3만5850대로 2배 이상 증가했다.

전동킥보드가 포함된 ‘마이크로 모빌리티‘는 정부가 추진하는 스마트시티 사업의 교통 대책이다. 스마트시티는 정부 혁신성장 8대 핵심 선도사업 중 하나로 오는 2022년까지 1159억원이 투입된다. 이와 함께 정부 규제 완화가 동반되고 있다. 지난 5월 전동킥보드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 오는 12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특히 만 13세 이상이면 운전면허 없이도 누구나 전동킥보드 사용이 가능해진 점은 걱정을 동반한다. 현재 거론되는 문제들이 규제가 완화되면 더 심각해질 가능성이 크다. 

안전장비 없이 시속 100km 속도로 고속도로를 질주하는 전동킥보드 이용자. 사진=유튜브 
안전장비 없이 시속 100km 속도로 고속도로를 질주하는 전동킥보드 이용자. 사진=유튜브 

현행법상 전동킥보드는 ‘원동기장치자전거‘에 해당돼 무면허 운전 시 벌금 30만원, 헬멧 미착용 시 범칙금 2만원, 인도 주행 시 벌금 4만원을 내야 한다. 인도, 자전거도로, 공원에서 이용할 수 없기에 차도 우측으로만 이동해야 한다. 하지만 차도를 가로지르거나 인도를 인용하는 전동킥보드 이용자는 쉽게 볼 수 있다. 오히려 차도 우측에 붙어 이용하는 경우를 찾아보기 힘들다.

차도를 이용해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운전면허가 없는 만 13세 이상의 운전면허 미소지자들이 도로 상의 신호 체계를 얼마나 숙지하고 있을지 의문이다. 도로교통법이 개정되면 전동킥보드는 자전거와 동일한 기준을 적용받으며 기존 범칙금 조항 중 인도 주행 시 내는 벌금 4만원만 남게 된다. 자전거 이용자들에 대한 문제도 꾸준히 제기되는 가운데 전동킥보드가 더해질 상황이다. 전동킥보드도 엄연히 차로 분류되기에 보행자와 부딪히거나 사고가 나면 차사고로 접수·처리되며 그렇기에 그만큼 안전에 신경써야 한다. 만 13세 이상 학생들도 이러한 사실을 충분히 숙지하고 이용할 필요가 있다.

이에 대해 경찰청 관계자는 “전동킥보드가 자전거와 동일하게 분류되기 때문에 따로 안전교육을 실시하지는 않는다“며 “대신 국토부나 다른 부처들과 함께 학생들의 자전거 교육에 전동킥보드를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이용자 개인으로 좁혀 봐도 아직 준비되지 않은 부분이 많다. 안전모 착용은 의무지만 전동킥보드와 함께 대여하지도 않으며 벌금 처벌 대상은 아니다. 의무지만 개인이 안전모를 소지하고 다녀야 한다. 공유 전동킥보드 업계 관계자는 “업체 서비스 측면에서 헬멧 구비는 어렵다"며 "특히 최근 코로나19 상황에서 위생 문제도 있어 이용자가 개인 헬멧을 이용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고 했다.

지난달 14일에 올라온 청와대 국민청원. 청원 내용에 따르면 전동킥보드와 부딪힌 행인은 이 사고로 두개골 골절과 뇌출혈로 의식불명 상태에 있다.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캡처
지난달 14일에 올라온 청와대 국민청원. 청원 내용에 따르면 전동킥보드와 부딪힌 행인은 이 사고로 두개골 골절과 뇌출혈로 의식불명 상태에 있다.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캡처

사고라도 난다면 보험처리는 어떻게 될까? 관련 규제가 완비되지 않아 고객 가입이 가능한 보험도 미비하다. 오토바이와 달리 번호판이 없는 전동킥보드는 의무보험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시중에 나온 일부 보험 상품도 개인이 아닌 공유 서비스 업체와의 계약을 통해 보험 처리된다. 국토교통부가 전동킥보드를 의무보험가입대상으로 확정지어야 관련 의무보험 상품 개발이 가능해진다.

도로교통법 개정안에 따라 내년부터 전동킥보드의 자전거 도로 사용을 허용하지만 현재로서는 한정된 지역 뿐이다. 주로 출퇴근 용도로 활용되는 전동킥보드 특성상 자전거도로만으론 이동이 어렵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018년 기준 서울지역 자전거전용도로 총길이는 144km며 한강공원을 중심으로 서울 동남권에만 집중돼 있다.

인도를 다니다 쓰러진 전동킥보드를 본 경험이 한두번씩은 있을 것이다. 공유 전동킥보드는 거치대를 따로 두지 않고 스마트폰 앱으로 원하는 장소에서 대여하고 반납하는 방식이다. 반납장소가 따로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기에 길거리에 아무렇게나 방치돼 있는 경우가 많아 도보자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국민권익위에 따르면 전동킥보드 무단주차 등 관련 민원이 2년새 511건에서 4배 증가했다. 올해 7월까지 들어온 민원만 1951건이다. 하지만 전동킥보드 거치에 대한 규정은 없다.

정부는 이제 막 전동킥보드 관련 법령 마련에 돌입했다. 지난달 20일 정세균 총리는 국토교통부에 전동킥보드 등 이동수단에 관한 법과 안전관리기준 마련을 주문했다. 정 총리는 이날 “개인형 이동수단에 관한 법을 새로 제정해 선제적으로 제도를 정비하고 전용도로 등 인프라 확충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며 “안전관리 기준을 보완하고 이용자 보호도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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