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스타2020 '졌지만 잘 싸웠다?'… "대선 소주가 맛있더라"
지스타2020 '졌지만 잘 싸웠다?'… "대선 소주가 맛있더라"
  • 신진섭 기자
  • 승인 2020.11.23 17: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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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줄도 매표소도 없는 온라인 행사, 트위치로 무대 옮겨
방송 중계 시스템, 편성방식 다듬어야
국제게임박람회인데 외국어 자막 없어, 소통 강화 필요
지난 19일 '지스타2020' 개막일 비가 내리는 부산 벡스코 전경. 사진=신진섭 기자
지난 19일 '지스타2020' 개막일 비가 내리는 부산 벡스코 전경. 사진=신진섭 기자

톱데일리 신진섭 기자 = “11월 매출의 3분의 2 정도가 지스타에서 나오는데 이번에는 수입이 전혀 없다. 지스타는 1년 중 가장 중요한 이벤트로 잭팟 터지듯 매상도 터지는데 올해 그게 없다니 너무 안타깝다.” -국밥집 점주 노씨.

“원래 이때쯤 되면 벡스코 주차장에 사람들이 가득 들어차 있어야 하는데 그런 모습이 보이지 않아서 손님들이 오겠거니 기다리고만 있었다. 주말에 사람들이 많이 올거라고 예상하고 임시로 직원까지 섭외해서 구해놨는데 큰일이다. 원래 코로나로 타격이 있는데 행사까지 안하니까 더 피해가 막심하다.” -가정식 점주 황씨.

■비 내리는 벡스코, 쓸쓸한 지스타2020

부산 벡스코 맞은편에 위치한 상가. 이가 나간 듯 상당수 상가가 공실 상태였다.
부산 벡스코 맞은편에 위치한 상가. 상당수 전시가 취소되며 공실 상태된 매장이 적지 않았다.

‘2020 지스타’ 기간 동안 부산 벡스코는 아찔할 정도로 고요했다. 코로나19 감염증 우려로 일반인 관람객의 참여를 막았기 때문이다. 개막 첫날인 19일에는 부슬비가 내려 쓸쓸함이 더했다. 장사진을 펼치던 매표소도, 주차장을 차지하던 푸드트럭도 찾아볼 수 없었다.

벡스코 인근 상가에는 공실이 적지 않았다. 올 한해 벡스코에서 개최가 예정됐던 행사 758건 중 1/3 가량이 취소됐다. 부산모터쇼 취소에 이어 지스타까지 무관중으로 열리면서 상권은 얼어붙었다.

내부도 휑했다. 평소때면 부스로 가득하던 제1전시관은 이벤트 무대와 인디게임 전시부스만 설치돼 황량한 느낌을 줬다. B2B 행사가 진행되던 제2전시관 문은 굳게 잠겼다. 개막식 팡파르가 울렸지만 열기는 좀처럼 더해지지 않았다. 참가자들도 취재진도 이번 지스타가 겸연쩍기는 마찬가지였다.

■오디오 겹치고, 재방송 틀고… “술이나 먹으러 가자”

20일 오전 벡스코 내 위치한 기자실 모습. 평소같았으면 가득 차 있을 장소지만 지스타 시작시간이 오후로 늦춰지며 오전 시간에는 한산했다.
20일 오전 벡스코 내 위치한 기자실 모습. 평소라면 가득 차 있을 장소지만 지스타 시작시간이 오후로 늦춰져 한산한 모습을 보였다.

한 게임사 관계자는 이번 지스타 소감을 묻는 질문에 “대선 소주(부산 지역 소주)가 맛있었다”고 답했다. 저녁 술자리 외에는 기억할만한 이벤트를 찾기 어려웠다는 뜻이다.

조직위원회는 이번 지스타 온라인 관람객수가 85만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관람객수 25만명에 세 배가 넘는 숫자다. 하지만 화제성은 예년에 미치지 못했다. SNS상에선 “지스타가 언제 지나갔냐”는 반응이 적지 않았다. 

온라인 위주 행사로 전환되면서 지스타의 강점을 살리기 어렵게 된 탓이 컸다. 지스타는 시연과 이용자 참여형 e스포츠 행사, 게임 쿠폰 배포가 중심인 테마파크형 행사 색채가 짙다. 수 년 전 부턴 유명 스트리머 참여로 관람객들의 이목을 끌었다. 

지스타 2020 기간 동안 '오딘 발할라 라이징',
지스타 2020 기간 동안 '오딘 발할라 라이징', '티타이니 온라인' 등 신작이 공개됐다. 사전 제작 영상인데다가 게임 시연이 불가능했다. 행사 방식이 좀 더 일찍 결정됐다면 게임사들도 지스타 기간에 맞춰 테스트를 진행할 수 있지 않았을까.

온라인으로 무대를 옮겨간 지스타는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듯 보였다. 지스타TV 오디오는 종종 엉키고 겹쳤으며 흥이 오를 때면 등장하는 반복적인 광고영상은 시청자 이탈을 유발했다.

편성방식에도 물음표가 남았다. 온라인 시청자들이 주로 활동하는 저녁시간대는 상당 부분 재방송과 대기시간으로 채워졌다. 올해 무료로 전환된 게임 콘퍼런스 ‘G-CON'도 역시 저녁시간대 배치됐다. 내용은 알찼지만 주로 신작 공개에 관심을 두는 일반 대중의 선호와는 괴리가 있는 편성이었다. 관람객보다는 관계자들의 스케줄에 맞춘 듯 보였다.

■선형적‧국내 위주 행사 진행 아쉬워

'지스타 2020' 편성표.
'지스타 2020' 편성표. 

지스타2020은 e스포츠를 제외하곤 1채널로 운영해 입맛 따라 골라잡는 현장관람의 재미를 살리기 어려웠다. 또 대부분 방송이 사전 녹화 형식으로 제작돼 현장감을 느낄 수 없었다. 

낮은 해외사 참가 비율도 극복해야 할 과제다. 닌텐도, 2K, 구글 등이 참가사에 이름을 올렸지만 대부분 B2B 비즈매칭 또는 G-CON에 한정됐다. 

온라인을 통한 외부와의 연결(ON)을 강조한 ‘온택트’를 내세운 지스타2020이지만 해외와의 소통은 부재했다. BTC행사는 한국 게임사 일색이어서 일반인 관람객 입장에선 ‘국제게임박람회’ 지스타를 읽어내기 어려웠다. 지스타 TV 방문객 역시 대부분 한국인이었다. 지원언어도 한국어뿐이었다. 

앞서 지난 8월 온라인서 진행한 독일의 게임쇼 게임스컴 홈페이지를 살펴보면 알파벳 별로 게임을 정렬, 원하는 게임명을 클릭하면 관련 영상과 정보들을 살필 수 있도록 구성했다. 또 ▲게임스컴:오프닝 나이트 라이브 ▲어썸 인디즈 ▲게임스컴 스튜디오 ▲게임스컴 데일리 ▲게임스컴 베스트 오브 쇼 등 다섯 개의 형식으로 나눠 시청자가 자신이 원하는 콘텐츠를 골라 시청이 가능하도록 설계했다. 올해 게임스컴 온라인 참가자들의 국적은 180개국 이상으로 작년 참가자 100개국에 비해 크게 늘었다. 

■낙관론은 금물, 뉴노멀 준비해야

내년 지스타에선 감염증의 기세가 한풀 꺾일 것으로 예상되지만 낙관론은 금물이다. 결정해야 할 사안이 산더미다. 

올해 지스타 개최 전 조직위는 오프라인 방식을 고수하다 온라인-오프라인 병행으로, 또 재차 온라인 중심으로 선회했다. 지스타는 시작 전부터 ‘갈지자’로 움직였다. 이는 참가사와 조직위 모두에게 악재로 작용했다. 참가사들은 보통 5월~6월부터 지스타 TF를 조직하고 테스트용 빌드를 만드는 등 지스타 준비에 들어간다. 하지만 올해엔 지스타용 콘텐츠를 만들 시간적 여유가 충분치 않았다. 

올해 지스타를 끝으로 부산과의 계약이 종료된다. 지스타 조직위원장을 맡고 있는 강신철 게임산업협회장의 임기도 곧 마무리된다. 빠른 차기 개최지 선정과 온-오프라인 병행을 고려한 시스템 준비, 수익 모델 확보가 중점과제로 꼽힌다. 내년에도 개근상에 만족할 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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