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업체 일감몰아주기 대결] SK C&C 합병이 '신의한수', 지주사 SK(주) 거대화 중
[SI업체 일감몰아주기 대결] SK C&C 합병이 '신의한수', 지주사 SK(주) 거대화 중
  • 이진휘 기자
  • 승인 2021.03.30 06: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SK(주) 내부거래 급증 지난해 87.7%, 2018년엔 97.9% 기록
SK(주)-SK C&C 합병으로 내부거래 물꼬, '옥상옥' 지배구조 개편
지주사 지배력 확보하고, 일감몰아주기 피하고, 배당 늘고 '1석 3조'
연말 공정거래법 개정안, SK텔레콤 중간지주 전환 영향 줄까
SK(주) 내부거래 비중. 그래픽=이진휘 기자
SK(주) 내부거래 비중. 그래픽=이진휘 기자

톱데일리 이진휘 기자 = SK(주)가 지주사 지위를 동원해 SK그룹사 간 내부거래 규모를 키우고 있다. SK C&C와 옛 SK(주) 합병이 최태원 회장의 경영권을 안정시키면서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덜어 내고 많은 배당금까지 안겨준 1석 3조 ‘신의 한수‘로 작용했다.

SK(주)는 SK그룹의 지주사지만 지난 2015년 자회사 SK C&C와의 합병 이후 그룹 시스템통합(SI) 사업을 도맡고 있다. 현재 SK하이닉스, SK텔레콤, SK브로드밴드, SK인포섹(현 ADT캡스), SK플래닛, SK이노베이션, SK에너지, SK인천석유화학, SK종합화학, SK건설, SK루브리컨츠, SK이엔에스, SK바이오팜, SK실트론, SK케미칼, SK네트웍스, SK가스 등 거의 모든 그룹사의 거래를 하고 있다.

특히 SK이엔에스(E&S)는 지난해 SK(주) 전체 매출 1/3에 해당하는 1조1367원을 거래했다. 전년 6274억원에서 2배 이상 늘어난 금액이이다. 이어 SK텔레콤 5349억원, SK하이닉스 4594억원, SK이노베이션 1480억원 순이었다. SK 관계자는 이에 대해 “SK C&C 사업 부문이 지주회사 안에 들어있다 보니 브랜드 상표권 등 지주사 매출과 SI 사업 매출을 갈라내기가 쉽지 않다”며 “SK이엔에스과 높은 내부거래도 IT 서비스 매출보다 지주사쪽 매출이 크게 발생한 것이다”고 말했다.

늘어난 내부거래만큼 그룹사와 수의계약 체결이 많아진 점은 문제로 지목된다. 현재 SK(주)와 그룹사 간 대부분의 거래가 경쟁 입찰 없이 수의계약으로 이뤄지고 있다. 올해도 SK그룹사의 대규모 시스템 인프라 구축과 유지보수는 모두 SK(주)와 수의계약으로 체결됐다. SK(주)는 올해 1분기 SK하이닉스에 인프라 시스템 개발을 위해 수의계약으로 965억원 집행했다. 2분기엔 그보다 많은 1792억원을 집행하기로 계약을 체결한 상태다. SK텔레콤과는 올해 1분기 전산고도화 영업인프라 개발 등으로 704억원 수의계약 체결했고 같은 기간 SK이노베이션과는 유지보수와 네트워크 인프라 구축 등 262억원 상당 5건을 수의계약 체결했다. SK브로드밴드와는 올해 진행하는 889억원 상당의 16건 SI 사업 모두 수의계약으로 체결했다.

SK C&C는 SK(주)를 흡수합병하기 전부터 일감몰아주기 논란이 일었던 기업이다. SK C&C는 지난 2008~2012년 사이 SK텔레콤, SK이노베이션 등 그룹사들과 수의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인건비와 유지보수비 등을 시장가보다 최대 72% 높게 책정했다는 혐의를 받았고, 공정위는 190억원 상당이 부당이익이라며 과징금 347억원 부과 조치를 취했다. 해당 사건은 대법원이 "SK C&C가 SK텔레콤 등에 제공한 유지보수 서비스의 수준이나 범위가 다른 계열 회사들과 동일하거나 유사하다고 보기 어렵고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의 유지보수 서비스가 제공됐다"고 판단함에 따라 과징금과 시정명령을 취소했다.

SK C&C는 SK(주)와 흡수합병 후에도 내부거래 비중이 급격히 늘었다. 지난 2014년 40.9%에 불과하던 SK C&C 내부거래는 SK(주) 합병 후 2년 만에 81.6%로 2배나 증가했다. 지난 2018년엔 매출의 97.9%가 내부거래였고, 지난해엔 내부거래 비중이 87.7%였다. 별도 재무제표 기준 합병 전인 2014년 8078억원이던 SK C&C 내부거래 규모가 지난해 3조466억원으로 약 4배 증가했다. 이에 따라 1조9741억원이던 매출은 3조4740억원으로 2배 이상 커졌다. 같은 기간 2372억원이던 영업이익도 1조6580억원으로 7배 뛰었다.

애당초 SK(주)와 SK C&C 합병은 향후 지주사의 안정적 내부거래가 목적이었다. 당시 SK C&C는 합병 목적에 대해 “SK C&C가 가진 ICT 기반 미래성장 잠재력과 SK가 보유한 리소스가 결함됨으로써 재무구조가 개선되고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이 용이해질 것으로 보인다”며 “이를 통해 회사의 경쟁력을 제고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일감몰아주기를 통한 SK C&C의 성장은 지주사 SK(주)에 대한 낮은 지분율로 불안정한 지배력을 보이던 최태원 회장 경영에 유리하도록 개편한 효과를 빼놓을 수 없다.

지난 2007년 SK그룹이 지주사 체제 전환 후 SK C&C는 SK(주) 지분 31.8%를 가진 최대주주였다. 당시 최태원 회장은 SK C&C 지분 32.9%를 가지고 있었지만 SK(주) 지분은 0.04%에 불과했다. 최 회장이 SK C&C를 통해 그룹 전체를 지배하는 ‘옥상옥‘의 불완전한 지배구조 형태였다.

SK C&C와 SK(주) 합병비율은 1대 0.74로 정해졌고, 최태원 회장을 포함한 총수일가 지분율이 43.45%나 되는 SK C&C에 유리한 비율이란 지적이 나왔다. 국민연금은 “SK(주)의 주주 가치를 훼손할 수 있다“고 판단해 양사 합병에 반대표를 던졌다.

어쨌거나 합병은 이루어졌고, 이 합병으로 최 회장은 지분율은 줄었지만 막대한 배당금 수익을 가져갔다. 지난 2014년 SK C&C 배당금은 2000원에서 합병 후 2015년 3400원으로 올렸다. 이에 따라 최 회장이 받는 배당금도 같은 기간 329억원에서 560억원으로 약 230억원이나 늘었다. 최 회장이 기존 SK(주)에서 받던 배당금은 2014년 기준 2500만원에 불과했다.

여기에 SK C&C의 SK(주) 흡수합병으로 실리도 챙겼다. 최 회장은 SK C&C에 갖고 있는 지분 때문에 '상속세 및 증여세(상증세법)'에 따라 일감몰아주기로 매년 수 십억원씩 세금을 납부해 왔지만, SK C&C가 지주사가 되면서 과세 규정에서 탈피했다. 상증세법 시행령에 따르면 지주회사와 자회사·손자회사·증손회사 간 거래 매출액은 일감몰아주기 과세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최 회장은 합병 직전해인 지난 2014년에 SK C&C 일감몰아주기 세금 66억원을 낸 것으로 추정된다.

최 회장의 차기 과제는 SK(주)가 사익편취 기업이 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오는 12월 도입 예정인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따르면 SK(주)는 총수일가 지분율이 20%을 초과해 사익편취 기업으로 분류된다. SK(주) 총수일가 지분 총합은 29.55%다. 현행 공정거래법상 상장회사 일감몰아주기에 대한 법적 총수일가 지분 규제 기준은 30%다. 내부거래 금액이 200억원 이상이거나 매출의 12% 이상이면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이다.

이에 따라 주목해야할 건 현재 SK그룹이 올해 상반기 추진하겠다 공표한 추진중인 SK텔레콤 중간지주 전환이 어디까지 이어질 것이냐다. 일각에서 나오는 얘기처럼 SK(주)에서 투자회사와 사업회사 분할하고 투자회사를 중간지주사와 다시 합병하는 방안이다. 기존 SK C&C 사업 부문만 떼어냄으로써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피할 수 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인기기사
기업돋보기
단독기사
톱데일리는 독자분들의 제보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여러분께서 주신 제보와 취재요청으로 세상을 더욱 가치있게 만들겠습니다.
뉴스제보 이메일 top@topdaily.co.kr